영국 찰스 3세 국왕의 차남 해리 왕자가 미국 최대 스포츠 채널 ESPN이 주관하는 ESPY 어워드에서 팻 틸먼 상(Pat Tillman Award)을 수상했다.


하지만 수상 직후부터 미국 내 거센 비판 여론이 뒤따르며, 수상 취소를 요구하는 청원이 7만 명을 돌파했다.
팻 틸먼 상은 단순한 스포츠상이 아니다. NFL 소속 프로풋볼 선수였던 팻 틸먼은 수백만 달러의 연봉을 포기하고 미 육군 특수부대에 자원 입대했으며, 아프가니스탄 전쟁 중 동료를 구하다 전사한 인물이다.
그의 이름을 딴 이 상은, 지금까지 이름 없는 영웅들에게 수여되어왔다.
지난해에는 경기 도중 심정지를 일으킨 선수를 구조한 버팔로 빌스 구단 의료진이 이 상을 받은 바 있다.
그렇기에, 영국 왕실 내 갈등의 중심에 서 있던 해리 왕자의 수상 소식은 미국 내에서 큰 반발을 일으켰다.
팻 틸먼의 어머니 메리 틸먼은 "논란 많은 인물에게 이 상을 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공개적으로 수상 철회를 요구했다.
■ 해리 왕자는 정말 ‘영웅’인가?
ESPN 측은 해리 왕자가 2014년 창설한 ‘인빅터스 게임’(Invictus Games)을 통해 상이군인들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이유로 수상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해리는 수상 소감에서 "이 상은 인빅터스 게임에 참여한 20개국의 상이군인과 그 가족들의 것"이라며 공동의 노력을 강조했다.
하지만 많은 미국인들은 해리 왕자의 과거 행적과 이 상의 상징성을 연결짓기 어렵다고 본다.
2005년에는 나치 군복을 입고 가장무도회에 참석해 언론의 도마에 올랐고, 2012년 라스베가스에서는 나체 파티와 약물 복용 의혹으로 또다시 비난을 받았다.
■ 왕실 폭로자, ‘영웅’의 자리에?
해리는 자서전 『스페어(Spare)』를 통해 영국 왕실의 민낯을 고발했고,
넷플릭스를 통해 왕실 내부 갈등을 다룬 다큐멘터리에 출연하면서도 논란을 자초했다.
이런 그가 팻 틸먼처럼 희생의 아이콘이자 조국을 위한 헌신을 상징하는 인물과 같은 위치에 서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한 서명자는 “팻 틸먼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쳤지만, 해리는 왕실과 국민을 등진 인물”이라며 비판했다.
■ 미국도, 영국도 곱지 않은 시선
논란은 정치권까지 번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내가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미국으로 이주한 해리 왕자 부부를 보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찰스 3세 국왕과 케이트 왕세자비의 암 투병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해리 왕자 부부는 플로리다의 호화 리조트에서 넷플릭스 촬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게다가 인빅터스 게임 10주년 기념 행사에 해리는 윌리엄 왕세자 부부를 초대했지만, 고위 왕족 전원이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GDN의 시선
해리 왕자는 자신이 만든 인빅터스 게임을 통해 상이군인들의 삶에 변화를 주었고, 그것이 ESPN의 판단 기준이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국민이 느끼는 ‘상징’의 무게와 부합하는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팻 틸먼이라는 이름 앞에서 요구되는 덕목은 단순한 활동 이상의 신뢰, 존경, 희생의 정신일 것이다.
왕실에서의 논란, 사생활 문제, 대중과의 갈등 속에서 여전히 중심을 잡지 못한 해리 왕자가 진정 이 상의 의미를 감당할 수 있는 인물인지는, 각자의 판단에 달려 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팻 틸먼 상, 과연 누구에게 가야 옳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