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이야기] “당뇨의 운명을 바꾼 결정적 순간, 인슐린의 모든 것”

“당뇨병이 더 이상 무서운 병이 아닌 이유”

“인슐린을 처음 발견한 사람들의 놀라운 이야기”

“지금은 어떻게 인슐린을 쓰고 있을까?”

한때 당뇨병은 진단 그 자체가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병이었다. 인슐린이 발견되기 전까지, 환자들은 극심한 식이요법 외에는 생명을 연장할 방법이 없었고, 결국 몇 달 내로 혼수상태에 빠져 목숨을 잃곤 했다. 하지만 1921년, 캐나다의 젊은 의사 프레더릭 밴팅(Frederick Banting)과 그의 조수 찰스 베스트(Charles Best)가 인슐린을 성공적으로 분리해내면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인슐린의 발견은 단지 하나의 의약품 개발이 아니라, 인류가 처음으로 병의 경로를 조절하고 ‘치료가 가능한 만성질환’이라는 개념을 세우는 출발점이었다. 오늘날 인슐린은 당뇨병 환자에게 있어 공기와 같은 존재가 되었으며, 매일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유지시켜 주는 필수적인 물질로 자리 잡았다.

[사진 출처: 인슐린 이미지, 챗gpt 생성]

인슐린이 등장하기 전의 당뇨병, 죽음을 피할 수 없던 병의 실체

20세기 초까지 당뇨병은 ‘설탕이 소변으로 나오는 병’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고, 제대로 된 치료법은 전혀 없었다. 특히 1형 당뇨병은 대부분 어린 나이에 발병해, 아무리 노력해도 생존할 수 없었다. 유일한 치료법은 탄수화물을 거의 먹지 않는 초절식 식단이었는데, 이는 아이들을 말 그대로 굶기는 수준이었다. 체중은 급격히 줄고, 근육은 말라가며, 결국 혼수상태에 빠져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피할 수 없는 길이었다.

 

당시 의사들은 환자에게 극단적인 식단을 처방하면서 하루하루를 연명하게 할 수 있을 뿐이었고, 대부분의 환자들은 진단을 받은 지 1년 이내에 사망했다. 특히 어린이 환자들은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점점 쇠약해져 갔다. 이 시기의 당뇨병은 병명만 들어도 공포를 떠올릴 만큼 무서운 질환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절망하고 있던 이 시기에, 한 젊은 의사의 아이디어가 역사를 바꾸기 시작했다.

 

1921년, 인류의 운명을 바꾼 발견, 밴팅과 베스트가 이뤄낸 의학 혁명

1921년 여름,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의 조그만 실험실에서 의료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 중 하나가 이루어졌다. 당시 외과의사였던 프레더릭 밴팅은 췌장에서 특정 물질이 혈당을 조절한다는 가설을 세웠고, 조수였던 찰스 베스트와 함께 개를 대상으로 실험을 시작했다. 여러 차례의 실패와 반복 실험 끝에, 그들은 개의 췌장에서 ‘인슐린’이라는 물질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이 물질을 당뇨병에 걸린 개에게 주사하자 놀랍게도 혈당이 빠르게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는 당뇨병이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의미했다. 이후 이들은 인슐린을 정제하고 정식 치료제로 발전시키기 위해 약리학자 존 매클라우드와 화학자 제임스 콜립과 협력했고, 1922년 초, 마침내 토론토의 병원에서 인슐린이 인간에게 최초로 투여되었다.

 

환자는 14세 소년 레너드 톰슨. 이미 혼수상태에 빠질 만큼 위중했던 그에게 인슐린을 투여하자 혈당이 정상 수준으로 떨어졌고, 상태가 호전되기 시작했다. 이 기적 같은 변화는 전 세계를 놀라게 했고, 곧 인슐린은 전 세계 당뇨병 환자들에게 희망의 상징이 되었다.

밴팅과 매클라우드는 이 공로로 192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으며, 이 발견은 ‘20세기 의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성과 중 하나’로 기록됐다.

 

소, 돼지에서 뽑아낸 생명수

인슐린의 발견 이후 치료는 급속도로 확산되었지만, 초기의 인슐린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당시에는 제약 기술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기에, 인슐린은 소나 돼지의 췌장에서 직접 추출했다. 이 동물성 인슐린은 인간의 인슐린과 유사했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아, 일부 환자에게는 면역 반응이나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약물의 순도도 낮아 주사할 때 통증이 있었고, 흡수가 일정하지 않아 혈당 조절이 불안정한 경우가 많았다. 하루에도 여러 번 주사를 맞아야 했고, 주사 기구 역시 무겁고 번거로워 환자들의 부담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은 기꺼이 이 치료를 감수했다. 왜냐하면 인슐린이 ‘죽음’ 대신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1950년대에 접어들면서 정제 기술이 개선되고, 반응 속도와 작용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중간형’, ‘장시간형’ 인슐린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기본 원료는 동물의 췌장이었고, 생산량에는 한계가 있었다.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공급은 항상 부족했고, 전 세계 당뇨병 환자들에게 인슐린은 ‘필요하지만 구하기 힘든 약’이었다. 이러한 한계는 1980년대 초반, 생명공학 기술의 발전으로 처음으로 ‘인간형 인슐린’을 합성하는 데 성공하면서 서서히 해결되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인슐린은 어떤 모습일까

오늘날 인슐린은 더 이상 동물의 췌장에서 뽑아내지 않는다. 1982년,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활용해 세계 최초의 합성 인슐린인 ‘휴물린(Humulin)’이 탄생했고, 이로써 인슐린은 공장에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약이 되었다. 이 합성 인슐린은 인간의 인슐린과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면역 반응이 거의 없고, 안정성과 효과 면에서 기존의 동물성 인슐린보다 훨씬 우수했다.

 

기술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후 등장한 ‘인슐린 아날로그’는 인슐린의 구조를 조금 변형해 작용 시간을 조절한 제품이다. 빠르게 작용해 식사 직후 혈당을 안정시키는 ‘속효성 인슐린’, 하루 한 번만 맞아도 효과가 지속되는 ‘지속형 인슐린’ 등이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더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게 되었고, 삶의 질도 크게 향상되었다.

 

또한 주사 방식도 크게 달라졌다. 예전처럼 주사기로 매번 찌르는 대신, 인슐린 펜이나 인슐린 펌프 같은 장비를 이용하면 보다 간편하고 정확한 투여가 가능하다. 최근에는 피부에 붙이는 센서를 통해 혈당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자동으로 인슐린을 주입하는 ‘스마트 인슐린 시스템’도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단지 기술의 진보를 넘어, 당뇨병 환자에게 더 나은 일상을 선물하고 있다.

 

인슐린은 분명 당뇨병 치료에 혁명을 일으켰지만, 아직도 완벽한 해답은 아니다. 인슐린이 없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고, 투여 방법과 비용, 혈당 조절의 어려움 등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접근성이다. 특히 저소득 국가에서는 여전히 많은 환자들이 인슐린을 구하지 못해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저개발국의 당뇨병 환자 중 절반 이상이 적절한 인슐린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인슐린을 최초로 발견한 밴팅은 “인슐린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며 특허를 1달러에 넘겼지만, 오늘날 글로벌 제약사들의 독점과 높은 가격 정책은 당시의 이상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또한 지속적인 인슐린 주입은 환자의 삶에 큰 제약을 준다. 식사, 운동, 스트레스, 수면 상태에 따라 혈당은 실시간으로 변하고, 그에 맞는 인슐린 조절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차세대 인슐린', 인공췌장, 인슐린 패치, 경구 인슐린 등 다양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과학이 바라는 목표는 인슐린 투여 없이도 당뇨병을 완전히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것이다. 현재 줄기세포를 활용한 베타세포 재생 치료, 유전자 치료 등도 활발히 연구 중이며, 가까운 미래에는 당뇨병이 아예 사라지는 날도 올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100년 전 인류를 절망에서 구해낸 인슐린은, 이제 더 나은 삶을 위한 다음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인슐린의 발견은 단순한 의학적 진보를 넘어, 인류의 생명과 존엄을 지켜낸 위대한 업적이었다. 밴팅과 베스트의 헌신 덕분에 당뇨병은 더 이상 두려움의 이름이 아닌, 관리할 수 있는 일상적 질병이 되었다. 하지만 그 위대한 발견 이후 100년이 지난 지금도, 인슐린은 여전히 많은 환자들에게 ‘부담스러운 생명줄’이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기술은 발전했고 치료법은 정교해졌지만, 여전히 인슐린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인슐린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는 초창기 철학은 오늘날 제약 산업과 의료 시스템 속에서 잊혀지고 있진 않은가 되묻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슐린의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더 편리하고 안전한 치료 기술, 나아가 당뇨병을 완전히 극복할 수 있는 치료법이 끊임없이 연구되고 있다. 인슐린은 단지 병을 치료하는 약이 아니라, 의학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그 역사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분명하다. 과학의 힘은 인간을 살릴 수 있고, 그 힘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작성 2025.06.04 11:04 수정 2025.06.0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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