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대통령 선거 투표를 마치고 동작구 보라매공원에서 열린 <국제정원박람회>에 다녀왔습니다. 가지각색의 꽃들과 대형 캐릭터 인형, 사진전 등 다채로운 전시들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휴일을 맞아 인산인해를 이룬 박람회장은 꽃과 사람이 어우러진 거대한 정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제 마음을 사로잡은 건 만발한 수국도, 형형색색의 화초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공원 한켠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동상이었습니다. 단지 ‘누굴까?’라는 호기심만으로 다가서는데, 알 수 없는 경외감이 밀려옵니다. 이는 필경 동상이 제게 하고픈 말이 있다는거겠죠.
동상의 주인공은 ‘김마리아 선생’이었습니다. 부끄럽게도, 이날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런 사전 지식도 없이 동상을 마주하게 된 것이 너무나 죄송스러워, 돌아와 그녀의 일대기를 찾아 읽고, 관련 영상도 시청하며 공부했습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이 “김마리아 같은 여성 10명만 더 있었다면, 조국의 독립은 이루어졌을 것”이라 말할 정도로, 그녀는 위대한 독립운동가였습니다. 독립운동을 하다 투옥되어 혹독한 고문을 당하면서도 굴하지 않았습니다. 이후에도 중국, 미국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오로지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몸을 바쳤습니다.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며, 제 가슴은 뜨거워졌고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내가 누리는 이 자유와 평화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수많은 이들의 희생 위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제서야 6월이 호국보훈의 달이라는 사실도 떠올랐습니다. 대통령 선거와 경제 침체 이슈가 다른 중요한 의미를 잠시 잊게 만들었던 거 같습니다. 박람회장을 구경하면서 무심코 지나쳤던 충효·호국을 기리는 비석과 공군 전투기가 새삼 눈에 들어왔습니다.
작년 현충일에 드렸던 목요편지를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당시에도 국제정세의 불안에 대해 언급했었는데, 1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더 나빠졌습니다. 세계 경제는 침체되고, 전쟁의 그림자는 점점 더 짙어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선출된 대통령은 혼란스러운 국제정세 속에서 국내 경제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할 무거운 책무를 안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한 배를 함께 타고 있는 우리는 서로를 지켜야 할 운명 공동체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나라를 위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시민’의 태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호국’이고 ‘보훈’이 아닐까 싶습니다.
6월.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김마리아 선생이 그토록 다시 찾고 싶었던 대한민국의 정원. 다시는 외세에 짓밟히는 일이 없도록 우리는 이를 잘 가꾸고 지켜야겠습니다.
(현충일과 호국보훈의 시의성에 더 집중하고자 지난 목요편지의 이야기를 잠시 멈추었습니다. 다음 목요편지에서 지난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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