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대한민국에서 3,661명이 홀로 생을 마쳤다. 그들은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은 채,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고독사다.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고독사로 인한 사망자는 2021년 3,378명, 2022년 3,559명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 수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혼자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의 무게다.
통계청은 2023년 기준 국내 1인 가구 수가 약 782만 9천 가구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가구의 35.5%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2052년엔 10가구 중 4가구가 1인 가구가 될 것이라 전망한다. 고독사는 이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보편적 위협이 되었다.

고독사의 얼굴은 누구에게나 닿아 있다
혼자 사는 사람은 급증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정서적 안전망은 부족하다. 배우자와 사별한 노인, 가족과 단절된 중년, 취업 실패로 방 안에 갇힌 청년 모두 고독사의 위험군이다.
최수안 박사(상담심리)는 이렇게 말한다. “고독사는 죽음의 방식이라기보다는, 살아가는 방식의 연장선입니다. 정서적 단절이 반복되면 사람은 결국 스스로를 지우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문제는, 그 고립을 대부분 주변도, 본인도 인식하지 못한 채 방치한다는 점입니다.”
그는 이어 “심리적 고립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제도적 복지로만은 포착하기 어렵다”며 “정서적 연결을 일상적 구조 안에 담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법은 있지만 연결은 없다
2020년, 정부는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이 법은 고독사 위험군에 대해 국가와 지자체가 사전 발굴과 지원을 책임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가 있다고 해서 모두가 보호받는 것은 아니다.
경기도 용인의 한 주민센터 복지 공무원은 “지역마다 예산과 인력이 다르다 보니 같은 법 아래에서도 전혀 다른 환경이 펼쳐진다”고 밝혔다. 어떤 지역은 정기적인 방문 돌봄이 이뤄지는 반면, 어떤 곳은 1년에 한 번 전화조차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한 지자체별 중복 사업으로 인해 예산은 분산되고 실질적인 돌봄은 누락되는 문제도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통합 관리 시스템, 즉 ‘고독사 대응 컨트롤타워’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청년도 고립에서 예외가 아니다
고독사는 노인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사회적 고립 상태에 있는 청년은 약 54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가족, 친구, 사회와의 유의미한 관계가 없는 상태로 살아간다.
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20~30대 청년 고독사 사망자는 2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2023년에도 208명이 혼자 세상을 떠났다.
최 박사는 “청년층의 고립은 사회적으로 더 보이지 않는다”며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커뮤니티 구성과 정서적 접근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청년 고독사는 방치될 경우 정신질환, 자살, 심지어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예방의 시작은 ‘교육’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택호 교수(수원대)는 고독사 예방교육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한다. “고독사는 단순히 복지 시스템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합니다. 고독사 예방교육은 누구든 혼자가 될 수 있는 시대에 꼭 필요한 시민 교육입니다. 정서적 감수성을 기르는 데 가장 기초적인 훈련이죠.”
이 교수는 이어 “학교, 지역사회, 직장 등 일상 곳곳에서 예방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며 “사람들이 고립을 인지하고, 대응하고, 연결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독사는 사회의 무관심이 빚은 가장 슬픈 방식의 죽음이다. 그들은 단지 홀로 죽은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 아무에게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극적이다. 최수안 박사는 고독사를 ‘정서적 단절의 최종 결과’라고 정의했고, 이택호 교수는 ‘예방교육이 사회 전체의 감수성을 높이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한다.
이제 우리는 누군가의 마지막 날을 지켜줄 수 있는 사회를 고민해야 한다. 그 시작은 바로 이해하고, 배우고, 연결하는 작은 교육과 깊은 관심에서 비롯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