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기업연합뉴스] 김준수 기자 = 중국 IPTV 한류채널 개국부터 '한한령'의 벽을 넘어 대안시장까지 한중문화교류를 위한 일정들을 기록한, 그래서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동행하기를 바라는 초대의 글이다.
돌이켜보면, 2015년 가을 베이징의 공기는 무겁고도 뜨거웠다. 중국 국영 IPTV에 한류 채널을 개국하기 위한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그날, 내 손에는 샤오미 휴대폰과 PPT 자료, 그리고 ‘할 수 있다’는 믿음 하나뿐이었다. CCTV 산하 중국 IPTV 총플랫폼 아이샹TV(爱上电视台)에 "한류채널(韩流频道)"라는 이름의 채널이 탄생하기까지, 그 여정은 길고도 복잡했다.
특히 송출허가를 둘러싼 중국의 까다로운 허가제도는 마치 안개처럼 실체를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한류TV서울 우리 팀은 기다림을 선택했다. 1000일, 무려 그만한 시간이 흘러서야 문이 열렸다.
퉁저우(通州)의 숙소와 베이징 문화산업단지 가오베이디안(高碑店) 사무실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던 그때, 나와 우리 팀은 단순한 방송 송출이 아니라 ‘문화 외교’를 하고 있다는 사명감을 품고 있었다.
왕징(望京)의 한국인 마을, 그리고 베이징 북서쪽 외곽의 방송 기술자들과의 세미나, 포럼, 감담회가 지금도 선명히 기억난다. 한류 콘텐츠가 전파를 타고 티엔진(天津), 상하이(上海), 심지어는 내몽골(内蒙古)까지 도달할 거라는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
하지만 그렇게 어렵게 열린 문은 2016년 7월 중순 경,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일명, THAAD(사드)라는 이름의 한 줄기 정치적 갈등 앞에 다시 굳게 닫히고 말았다. 이른바 ‘한한령(限韩令)’의 시작이었다.
우리 한류채널이 편성되고 송출되는 IPTV 프로그램 뿐 아니라 중국 전역의 모든 미디어에서 한국 콘텐츠는 하나둘 자취를 감췄고, 파트너사들은 연락을 끊기 시작했다. 이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처절했던 순간 중 하나다. 송출 허가서를 품에 안고도 방송할 수 없는, 이보다 더 모순적인 현실이 또 있었을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는 베이징을 떠나 상하이로, 다시 타이베이와 동남아로 시선을 돌렸다. 대만의 지상파와 협력해 새로운 우회로를 개척했고, 러시아와 동남아의 미디어 파트너들과 만나면서 ‘한류’는 중국을 넘어 새로운 땅을 밟기 시작했다. 위기는 언제나 기회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성과 중 하나는 홈쇼핑과 콘텐츠를 결합한 티커머스(T-Commerce) 모델이었다. 한류 드라마와 예능, 음악 프로그램을 보다가 자연스럽게 한국 화장품과 식품을 구매할 수 있는 구조. 중국의 동방홈쇼핑, 바이스퉁과의 협력은 한국 중소기업들에게 날개를 달아준 일이라 믿는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시도는 ‘낚시’ 콘텐츠였다. 말 그대로, 낚시를 통해 문화교류를 한 것이다. 중국에는 1억 2천만 명의 낚시 애호가가 있다. 우리는 이 거대한 커뮤니티와 연결되기 위해 스하이댜오위(四海钓鱼) 방송과 손을 잡았고, 단순한 취미 방송을 넘어서 한국 브랜드의 진출 채널로 활용했다.
그때 깨달았다. 콘텐츠의 힘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넓고 깊다는 사실을. 지금도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한류 콘텐츠의 길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그 답은 아직 완전히 명확하진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콘텐츠는 결코 혼자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람과 사람, 네트워크와 신뢰, 전략과 인내가 함께할 때 콘텐츠는 국경을 넘는다.
내게 IPTV란, 단지 방송 기술이 아니라 가능성의 다른 이름이었다. 막힌 대륙 앞에서도 열린 길을 상상할 수 있었던 건, 그 기술 뒤에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나는 그 이야기를 믿는다. 그리고 여전히, 또 다른 대륙에서 한류 콘텐츠의 길을 묻고 있다.
중국 방송 역사상 최초로 해외 컨텐츠를 위해 24시간 편성채널을 개방해준 한류TV서울의 그간의 역사적인 사실들을 기록으로 남김 책 “막힌 대륙, 열린길에서 한류콘텐츠 길을 묻다” 제1편 한류 콘텐츠의 중국진출과 민간외교의 기록을 도서출판 신기한마케팅(김준수 회장)에서 전자책으로 출판을 진행 중이다.
『막힌 대륙, 열린 길』은 그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탄생한 기록이며, 대륙 너머 시장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던 한 중소기업의 도전과 응전, 그 안에 담긴 가능성과 실패, 그리고 다시 일어섰던 생생한 경험이 고스란히 담아 놓은 책이다.
그것은 한류 콘텐츠 수출의 여정이자, 치열한 생존 전략이었으며, 동시에 국제 정치와 외교의 파고 속에서 무너지고 다시 일어난 기업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은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다. 오히려 ‘실패’라 불릴 수 있는 순간들에서 진정한 교훈과 전환의 기회를 발견하고, 그 경험을 타산지석 삼아 다음을 준비한 기록물이다.
외부의 압력과 내부의 제약 속에서도 한류TV서울은 독자적인 길을 만들었고, 그 여정은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며’ 걸어온 한국 중소기업의 현장이자, 또 다른 수많은 기업들이 공감할 만한 도전의 역사이기도 하다.
『막힌 대륙, 열린 길』은 한국과 중국이라는, 가깝고도 먼 나라 사이의 복잡한 현실을 통과하며 자신만의 좌표를 찾아간 작은 콘텐츠 유통 기업의 이야기이다. 우리 팀이 어떻게 스스로를 일으키고, 무엇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어떤 방식으로 문을 두드렸는지 이 책을 통해 생생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콘텐츠 산업은 이미 세계적인 영향력을 거머쥔 스토리의 산물이지만, 그 시작은 매우 작은 존재였던 것처럼 한국의 중소기업은 ‘작다’는 이유로 저 평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장벽처럼 보이는 대륙도 치밀한 전략과 꾸준한 신뢰를 쌓아간다면 결국 열린 길이 될 수 있고, 이 책이 그 가능성의 증거가 되기를 바라며, 독자들과 함께 그 길 위에서 다시 함께 걷기를 희망하는 초대의 글이기도 하다.
이 책은 한국의 콘텐츠 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중소기업 경영자, 중국 진출을 고민하는 무역·투자 실무자, 한류의 확장성과 한계에 관심 있는 문화산업 종사자, 그리고 국제정세 속 기업 생존 전략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인사이트와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다.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망설이는 이들에게, 이 책이 “함께 걸어볼 만한 길”의 시작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칼럼제공] 한류TV서울, 윤교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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