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박동명] 헌법 제84조의 해석, 법원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박동명/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대한민국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명시한 것으로, 국가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임기 중 형사적 기소나 재판으로 인해 국정 운영에 중대한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진행을 연기하며, 헌법 제84조를 근거로 내세운 것은 이 조항의 해석에 있어 중대한 선례를 남긴 결정이다.


헌법 제84조 해석의 쟁점


헌법 제84조의 '형사상의 소추'에 대한 해석은 오랜 기간 학계와 법조계에서 논란의 대상이었다. 소추라는 용어를 '기소'에 한정할 것인지, 아니면 '기소 이후의 재판 절차'까지 포함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다.


사전적 의미로 소추는 형사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행위, 즉 기소에 국한된다는 견해가 있다. 이 경우 대통령에 대한 새로운 기소만 금지될 뿐, 이미 시작된 재판은 계속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대통령의 직무 수행의 안정성과 국가의 위신을 보장하기 위한 헌법 제84조의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소추에는 이미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된다고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특히, 최근 판결에서 재판부는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이 단순히 기소를 금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미 개시된 형사재판의 진행까지도 제한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는 대통령이 임기 중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서는 것이 국정 운영에 미치는 영향과, 국민주권의 실질적 행사로 선출된 대통령의 권위와 국가의 안정성을 중시한 판단으로 볼 수 있다.


법원의 해석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


헌법 제84조 해석에 관해 법조계와 학계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법원이 내린 해석과 결정은 사법부의 독립성과 헌법 수호 의지의 발현으로 평가할 수 있다.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은 단순히 개인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국가의 최고 통치기관이 정치적·형사적 소송에 휘말려 국정이 마비되는 상태를 방지하기 위한 헌법적 장치이다.


물론, 대통령도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과, 형사책임으로부터의 면책이 과도하게 인정될 경우 법치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헌법이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명시적으로 규정한 이상, 그 해석과 적용은 사법부의 고유 권한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특히, 해석의 여지가 있는 헌법 조항에 대해 법원이 내린 최초의 구체적 판단은, 향후 유사 사안에 대한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는 단순히 개별 사건의 해결을 넘어, 헌법 질서의 안정화와 예측 가능성 제고라는 중요한 가치를 담고 있다.


국민주권과 사법부의 역할


이번 결정은 국민주권의 실질적 행사, 즉 국민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피고인 신분임을 인지하고도 선택했다는 점을 중시한 결과이기도 하다. 사법부는 국민의 선택을 존중하는 한편, 국가의 안정적 운영이라는 공익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임기 중 계속될 경우, 국정 운영에 중대한 혼란이 야기될 수 있으며, 이는 곧 국민 전체의 이익에 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국제정세가 불안하고 경제적 도전이 산적한 현 시점에서, 국정의 안정성 확보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삼권분립과 견제와 균형의 원리


헌법 제84조를 둘러싼 논란은 결국 삼권분립의 원리 하에서 행정부와 사법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은 행정부 수반의 독립성을 보장하되, 사법부가 이를 해석하고 적용하는 구조를 통해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구현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 하에서 사법부의 독립적 판단은 민주주의 체제의 핵심 요소다. 정치적 압력이나 여론의 동향에 좌우되지 않고,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사법부의 본연의 역할이다. 따라서 헌법 제84조 해석에 관한 법원의 결정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되고 존중되어야 한다.


헌법 해석의 주체와 미래 과제


헌법 제84조의 해석은 현재로서는 명확한 판례나 입법적 보완이 없는 상황에서 각 재판부의 자율적 판단에 맡겨져 있다. 향후 헌법재판소나 입법부가 보다 구체적이고 일관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의 경우, 헌법 해석의 최종 권한을 가진 기관으로서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회는 필요에 따라 헌법 개정이나 관련 법률 제정을 통해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전까지는 사법부의 독립적 판단을 존중하고,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언론과 시민사회는 성숙한 민주주의 문화를 바탕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


맺음말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국정 수행의 안정성과 국가의 위신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헌법적 장치이다. 그 해석과 적용은 사법부의 고유 권한이며, 국민주권과 법치주의라는 두 가치의 균형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법원의 해석을 존중하는 것은 헌법 질서의 안정과, 민주주의의 성숙을 위한 첫걸음이다. 우리 사회가 정치적 격변 속에서도 헌법 정신을 견지하고, 사법부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성숙한 민주주의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야 할 때이다.



명 / 법학박사

∙ 한국공공정책학회 상임이사 

∙ 전)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작성 2025.06.10 21:42 수정 2025.06.10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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