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알리바바 그룹 산하의 글로벌 쇼핑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G마켓과의 합작 추진에 나서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 경쟁 구도를 재편하고 있다. 국내 제조사에게는 해외 판로 확보의 기회가, 유통사에게는 구조적 위기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2025년 상반기, 한국 내 월간 사용자 수(MAU)가 약 900만 명에 달하며 기존 국내 플랫폼인 11번가(약 740만 명)를 상회했다. 여기에 신세계그룹 산하 G마켓과의 합작법인 설립이 추진되면서, 물류 및 판매 채널 확대 측면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한국 법인 설립은 단순한 판매 확장을 넘어선 전략적 현지화의 일환이다. 플랫폼 운영 구조, 소비자 대응 체계, 개인정보 관리 등 법적·제도적 책임 이행이 가능해지며 정부의 각종 규제 요건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와의 제품 안전 협약 체결은 그 상징적 사례다.
알리익스프레스는 'K‑Venue'라는 한국 특화몰을 통해 중소 제조사 및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을 돕고 있다. 5년간 수수료 면제, 월 2회 정산, 자동 번역·고객 응대 시스템 지원 등으로 초기 진입 장벽을 낮췄다. 이는 국내 제조사에게는 글로벌 수출 판로로 작용할 수 있으나, 기존 국내 유통 채널에는 도매가격 붕괴와 가격 경쟁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국내 유통사 입장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직접 진출로 인해 기존 유통 구조의 재편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해외 직구 플랫폼의 판매자 직송 모델은 재고 부담 없이 저가 제품을 공급할 수 있어, 기존 온라인몰 대비 가격 우위 확보가 가능하다. 이는 소비자에겐 선택지 확대이지만, 유통 대행사나 중간상은 수익성 저하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반면 정부의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개인정보 보호 강화, 플랫폼 불공정 거래 감시 등은 알리익스프레스와 같은 글로벌 사업자의 운영을 제약할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한다.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도 이러한 규제 강화를 계기로 소비자 보호를 내세운 신뢰 전략으로 차별화를 모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의 현지화 전략은 단기적 가격경쟁을 넘어서, 브랜드 인지도와 물류 역량을 앞세운 중장기적 시장 재편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제조사는 기회를, 유통사는 생존 전략을 다시 짜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