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만 남고 생각은 사라진 교실

▲ AI 생성  ⓒ코리안포털뉴스

 

요즘 교실을 떠올려보면 학생들이 배움의 주체가 아닌 시험을 치르기 위한 훈련생처럼 보이곤 한다수업의 목표를 떠올리는 것보다 정답을 찾는 것이 훨씬 수월하고 교과서를 읽는 것보다 시험점수에 적합한 문제집을 찾아서 풀고 채점하고 정리하는 것이 익숙하다배움의 기쁨은 점점 희미해지고 남는 것은 점수에 대한 집착과 불안한 성적뿐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사라진 것은 자율성이다자율성이란 스스로 무엇을어떻게 배울지를 결정하는 힘인데 지금의 교육 현실에서는 그 선택권이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학부모님들은 자녀들이 대학 입학에 편한 과목을 선택하기 위해 입시 설명회로 몰리고 학생들은 학원이나 과외에서 짜준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허덕인다공부는 주어진 일정량을 밀리지 말고 오늘 안에 소화해야만 하는 매일의 임무가 되었다

 

자율성이 사라진 자리를 메운 것은 메타인지의 부재이다메타인지는 내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어떻게 해야 더 잘할 수 있는지를 자각하고 되돌아보는 능력이다이는 깊이 있는 학습과 자기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역량이지만 현 상황에서 이 힘을 발휘하기란 사치로 여겨진다오히려 틀린 문제를 다시 보며 억울해하고 오답 노트를 만들어 자기 것으로 하는데 급급하다시험 점수는 오를지 몰라도 배움의 과정은 점점 얕아지고 얄팍해진다.

 

사교육은 이 흐름을 더욱 강화한다학원과 과외는 단기 성과를 내기 위해 엄격한 스케줄과 방대한 공부량을 제공하지만 정작 학생 스스로 학습을 설계하고 조율하는 능력을 앗아간다아이들은 왜 이 과목을 배우는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묻지 않고 주어진 지시를 그대로 따르는 습관에 길들여진다이렇게 형성된 의존적 학습 태도는 대학에 가서도 사회인이 되어서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결국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할 수 없는 평생 수동적인 학습자로 남을 위험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우리는 냉정하게 질문해 봐야 한다학교가 학생들에게 남겨주어야 할 것이 과연 점수뿐인가점수는 한 시기의 성취를 보여줄 수 있지만 인생 전체를 살아가는 성적표가 되지는 못한다오히려 진짜 배움은 스스로 배우고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는 능력에서부터 시작된다자율성을 회복하고 메타인지를 길러주는 것이야말로 학교 교육이 지향해야 할 본질이 아닐까.

 

작은 변화의 움직임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선택형 수업 확대학생 주도 프로젝트예술·체육 활동 확대수행평가의 다양화 등을 통해 점수 너머의 배움을 다시 상기시키려 노력 중이다여전히 대입 앞에서 제도적 한계와 시행착오는 많지만 최소한 학생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직접적인 참여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열리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결국 우리 교육이 되찾아야 할 것은 항시 주창하는 거창한 개혁의 구호가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자율성과 성찰의 힘이다교실이 서로를 이겨야 하는 경쟁자의 장으로만 치부되기 전에 본인 스스로를 사유하고 질문하며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배움의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이에 맞춰 학생들도 비로소 성적 너머의 인간 본연으로 가지고 있는 학문의 즐거움을 깨닫고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작성 2025.09.07 12:34 수정 2025.09.0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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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