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사이트뉴스 박주환 기자] 대한민국 삼면의 바다는 누군가에게는 낭만적인 관광지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치열한 삶의 전쟁터다. 최근 그 전쟁터에 비보가 끊이지 않는다. 기름값은 오르고, 물가는 치솟으며, 바다를 찾는 낚시객들의 발길마저 뚝 끊겼다. 어민들 사이에서는 “배 띄우는 게 무섭다”는 탄식이 터져 나온다. 이런 시기에 기업의 화려한 미래 비전이나 기술적 초격차를 논하는 것은 어쩌면 현장을 모르는 이들의 한가한 소리일지 모른다.
◆현장에서 길어 올린 진심, “어민과 함께 버티는 것이 진짜 경영”
경남 함안에 위치한 소형 선박 건조 전문기업, 경동레저산업의 송명수 대표는 언제나 현장에서 답을 찾는 ‘실무형 경영인’으로 통한다. 송 대표는 “어민들이 생존의 기로에 선 상황에서 화려한 미래 비전만을 논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라며 거창한 수식어를 경계했다.
그에게 선박은 단순한 제품을 넘어 어민의 절박한 생계 수단이다. 따라서 단순히 기술력을 과시하기보다 건조 단가를 낮추고 연비 효율을 높여 어민의 실질적인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을 기업의 본질적인 책무로 삼고 있다.
송 대표는 “화려한 청사진을 제시하기보다, 유례없는 불황을 어민들과 함께 견뎌내는 것이 지금 가장 가치 있는 경영”이라며, 제작 현장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는 상생의 경영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경동레저산업의 고집, “장사꾼 이전에 배 만드는 사람의 양심을 지킨다”
현재 소형 선박 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FRP(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 선박의 제작 단가 상승이다.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배 한 척을 만드는 비용은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 됐다. 어민들이 새로운 배를 맞추고 싶어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올라버린 것이다.
송명수 대표는 “요즘 배 한 대 만들어서 팔면 목돈 좀 챙기겠다는 식으로 장사하는 사람들이 있다. 배 두세 대 팔아서 큰 이익 남기면 기업이야 좋겠지만 그 배를 사는 어민들은 시작부터 빚더미에 올라앉는다. 낚시 손님도 없고 고기도 안 잡히는 시기에 그 빚을 어떻게 갚겠는가. 이건 상생이 아니라 같이 망하자는 것이다”
송 대표가 말하는 경동레저산업의 존재 이유는 ‘적정한 가격에 믿을 수 있는 배를 공급하는 것’이다. 그는 언론에서 흔히 표현하는 ‘K-조선의 자부심’ 같은 표현보다 ‘어민들의 고통 동참’이라는 표현이 자신의 진심에 더 가깝다고 말한다. 배 값이 비싸서 어민들이 포기하고 돌아설 때, 기업의 대표로서 미안함을 느끼는 것이 장사꾼 이전에 배를 만드는 사람의 도리라는 것이다.
◆하청 0%의 진짜 의미: 기술 자랑이 아닌 ‘거품 걷어내기’
경동레저산업의 ‘하청 0% 직영 시스템’은 전문성과 품질 관리 측면에서 높게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송 대표가 밝히는 진짜 이유는 훨씬 더 현실적이고 절박하다. 바로 ‘단가 낮추기’다.
“외부에 하청을 주면 공기(工期)는 빨라지겠지만 그 과정에서 하청 마진이 붙고, 관리 비용이 추가되며 그 비용은 고스란히 어민들의 배 값에 전가된다. 우리가 힘들어도 직접 몰드(틀)를 짜고 직접 적층 작업과 조립을 다 하는 이유는 중간에서 새는 돈을 막기 위해서다. 그래야 단 100만 원이라도 배 값을 낮춰서 어민들에게 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고집하는 ‘자체 몰드 제작’ 역시 마찬가지다. 동해, 서해, 남해의 물살이 다르기에 그에 맞는 배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는 단순히 기술력을 뽐내기 위함이 아니다. 효율이 좋은 배를 만들어야 어민들이 바다 나갔을 때 기름값이라도 한 푼 더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파도를 치고 나가지 못해서 기름 많이 먹는 배는 지금 같은 고유가 시대에 어민들 등골 빼먹는 배”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현장과 호흡하는 경영, 어민의 눈높이에서 답을 찾다
송 대표는 스스로를 화려한 비전을 제시하는 경영자이기보다 현장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는 동반자로 정의했다. 업계가 전반적으로 힘든 시기인 만큼, 겉치레에 치중하기보다는 어민들의 현실적인 고충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확고한 소신이다.
“나 역시 매일 아침 직원들과 함께 현장을 지키며 하루를 시작한다. 경영자로서 편안한 길을 찾으려면 왜 방법이 없겠나. 낚시객은 줄고 배 할부금 압박에 시달리는 어민들의 절박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 분들 앞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이니 ‘미래형 크루즈’니 하는 화려한 구호를 외치는 건 현장의 고통을 외면하는 오만일 뿐이다”
실제로 경동레저산업의 현장 분위기는 여느 기업들과는 다르다. 대표와 직원이 자유롭게 소통하며 어떻게 하면 공정을 단축해 비용을 절감할지, 어떻게 하면 더 튼튼하면서도 가벼운 배를 만들지 함께 고민한다. 이러한 현장 중심의 사고는 ISO 인증이나 벤처기업 확인서 같은 종이 서류보다 선주들의 “이 집 배 참 정직하다”는 한마디 말로 증명되고 있다.
◆화려한 미래보다 절실한 건 어민들과의 ‘동참’
경동레저산업의 미래를 ‘해양 레저의 신대륙’이나 ‘복합 해양 공간 사업’으로 묘사하는 시선에 대해 송명수 대표는 단호히 선을 그었다. 물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사업 다각화는 경영자의 숙명이지만, 당장 생계가 막막한 어민들에게 그런 장밋빛 청사진이 자칫 위화감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송 대표는 “미래지향적인 가치도 좋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라며 “현재의 핵심은 이 혹독한 불황을 어떻게 어민들과 함께 버텨내느냐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이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배 값 상승폭을 최대한 억제하고, 이미 납품한 선박에 문제가 생기면 현장으로 한달음에 달려가 해결하는 것, 그래서 어민들이 ‘경동을 믿길 잘했다’고 안심하게 만드는 것이 지금 내가 해야 할 사업의 본질”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기업가 정신’이라는 거창한 수사 대신 ‘동참’이라는 겸손한 단어를 선택했다. FRP 원재료 가격 폭등으로 선박 건조 수익성은 예전만 못하지만, 그럼에도 공장을 쉼 없이 가동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자신을 믿고 배를 맡긴 선주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며, 나아가 함께 땀 흘리는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결국 송 대표에게 경영이란 화려한 숫자를 쌓는 과정이 아니라, 거친 파도를 함께 넘는 어민들과의 두터운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인 셈이다.
◆배는 만드는 사람의 마음을 닮는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송명수 대표는 자신의 좌우명을 다시 한 번 되새겼다. “배는 만드는 사람의 마음을 닮는다”는 말이다. 짓는 사람이 욕심을 부리면 배가 무거워지고, 짓는 사람이 정직하면 배가 바다를 잘 가른다는 뜻이다.
그는 오늘도 남들의 시선이나 평가보다는 현장의 작업 지시서를 먼저 살핀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화려한 수식보다는 정직한 배 한 척으로 어민들의 고단한 삶에 묵묵히 동참하고 있다. 자신을 믿고 전 재산을 털어 배를 맞춘 어느 어민의 절박한 심정을 알기에, 그는 단 하나의 볼트, 단 한 겹의 FRP 적층에도 소홀할 수 없다.
송 대표는 거창한 인정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힘든 시기 어민들과 함께 고생하는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생각이다. ‘나머지는 내가 만든 배가 바다 위에서 직접 증명할 것’이라는 그의 확신은, 타협하지 않는 품질과 가격에 대한 마지막 자부심이기도 하다.
망망대해 위에 배를 띄우는 것은 기술이지만, 그 배를 끝까지 버티게 하는 것은 사람의 신뢰다. 거창한 수식어를 거부하고 투박한 진심을 택한 송명수 대표. 그의 정직한 항해가 풍랑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그가 화려한 등대가 아닌 어민들의 곁을 지키는 작은 부표가 되기를 자처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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