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시대 종로의 생활상과 과학문화를 조명하는 서울 도심 최대 규모의 현장 유적전시관이 문을 연다. 서울역사박물관은 2020~2021년 공평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과정에서 발굴된 인사동 유적을 제자리에 복원한 ‘인사도시유적전시관’을 7월 15일(수) 개관식을 개최한다. 전시관은 개관식 다음 날인 7월 16일(목)부터 정식 운영에 돌입한다.
인사도시유적전시관(종로구 종로11길 18, G1 SEOUL)은 올해 4월 준공한 G1 SEOUL 빌딩 지하 1층에 위치한다. 전체 면적 4,810㎡(1,455평)로 서울 도심부 내 최대 규모의 유적전시관이다. 2020~2021년 공평구역 제15·16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확인된 인사동 유적을 제자리에 이전하여 복원하는 방식으로 조성했다.
전시는 도입부의 유리 바닥면 아래에 놓인 조선시대 마을의 공동우물부터 시작된다. 골목길처럼 이어진 관람 데크를 걷다 보면 눈앞에 펼쳐진 16세기 종로 뒷골목의 건물지 6동과 배수로, 옛길을 볼 수 있는 ‘현장 박물관(on-site Museum)’이다. 또한 유적에서 함께 출토된 조선 전기 금속활자와 천문시계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 자격루 주전(自擊漏 籌箭), 총통, 기타 생활유물 등 총 523점의 유물을 만날 수 있다.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조선 전기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는 7개의 문화층에서 건물지, 배수로, 공동 우물과 금속 유물이 발굴됐다. 2021년 9월 서울시는 제9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전시관 조성과 용적률 상향을 결정했으며, 2022년 1월 문화재위원회에서는 16세기 문화층을 중심으로 총 2,383㎡의 유적을 보존하기로 했다. 사업시행자는 당초 용적률 803%(지상 17층, 지하 8층)에서 용적률 인센티브(249%)를 받아 총 1,052%(지상 25층, 지하 8층)으로 건축했다. ‘인사도시유적전시관’은 개관 이후 서울시에 기부채납되어 서울역사박물관 도시유적전시과에서 운영할 예정이다.
주요 전시 콘텐츠는 출토된 조선 전기의 우수한 과학문화 유물이다. 금속활자 초주갑인자(初鑄甲寅字), 을해자(乙亥字), 을유자(乙酉字), 동국정운식(東國正韻)을 포함한 을해자 병용 한글 활자와 주·야 겸용 천문시계인 일성정시의, 자격루의 주전 등을 전시한다.
금속활자는 초주갑인자 인쇄본『자치통감(資治通鑑)』(국가지정문화유산,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을해자 인쇄본『능엄경(楞嚴經)』(국가지정문화유산, 서울역사박물관 소장)과 을유자 인쇄본『원각경(圓覺經)』(국립중앙도서관 소장) 등의 기록 자료와 출토 활자를 확인하여 같이 공개한다.
1437년 세종의 명으로 단 4대가 제작된 천문시계 일성정시의는 인사동 유적에서 최초로 실물이 확인되었다.『세종실록(世宗實錄)』「일성정시의명병서(日星定時儀銘幷序)」,『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상위고(象緯考)」와 발굴유물을 바탕으로 복원을 시도했다. 전시관은 크게 6개 주제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인사동 유적의 역사부터 조선 전기 과학문화까지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1존) 인사동 유적의 역사와 보존: 인사동 유적과 인근 지역의 역사를 소개하고 유적의 발굴 성과와 보존 조치 과정, 관련 학계 전문가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다.
(2존) 한양의 우물: 인사동 유적의 공동우물은 16~17세기에 사용된 석재 우물로, 지름 1.6m, 깊이 4.9m 규모의 원통형 구조로 쌓은 것이 특징이다.‘한양의 산계와 수계’모형을 통해 수계와 도로망으로 조선시대 우물의 입지를 파악하고, 식수원과 방화수(화재 예방)로 사용된 우물의 기능을 설명한다.
(3존) 종로 뒷골목: 종로 뒷골목에는 기와집과 초가집이 섞여 있었다. 대체로 7~10칸으로 크지 않고, 일부 가옥은 피맛길과 직접 연결된 문이 있었고, 배수로 위에 나무판자를 놓아 주거지와 상업지역을 드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건물지별 키오스크에서 발굴 현황과 건물의 3D 복원 모습을 체험할 수 있다.
종로 뒷골목의 주거지역 앞에 설치된 배수로는 최대 높이 4.9m, 전체 길이 약 110m 규모에 달한다. 이 배수로는 1421년(세종 3년)에 저지대인 종로 일대의 침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축조하였으며, 20세기 초까지 이어진다. 배수로는 여러 차례 수리와 개축이 이루어졌다. 최초 축조 당시에는 말뚝을 박아 땅을 다지고, 길이 20~40cm의 사괴석(四塊石)과 길이 40~130cm의 장대석(長臺石)으로 바른층 쌓기를 했다. 후대로 갈수록 내부 폭은 5cm, 크게는 30cm 이상 줄어든다.
(3.5존) 옛길에서 보는 인사동 유적: 인사동 유적의 전체를 3D 스캔하여 1/60로 축소 제작한 모형 위에 조선 전기부터 현재까지 인사동 유적의 필지 변화를 보여주는 맵핑 영상을 제작했다. 인사동 유적의 조선 전기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관요 생산 청화백자와 동제 제기, ‘어여분’, ‘말금이’와 같은 인물명 도자 등의 생활유물 25점을 전시한다.
(4존) 귀중한 금속: 조선시대 금속의 가치와 재활용 사례를 살펴보고, 인사동 유적에서 재활용을 모아놓아 금속유물을 인근에 위치한 철물전과 연관지어 보았다. 또한 <금속활자가 발견된 집>에서는 도기호 안에서 다량의 금속유물이 발견된 상황을 재현했다.
(5존) 조선 전기의 과학 문화 : 인사동 유적에서 출토된 금속활자는 1,700여 점으로 그중 일부 441점을 전시한다. 세종 대에 제작된 초주갑인자와 세조 대의 을해자와 을유자, 15세기에 한정하여 사용된 동국정운식 한글 활자의 실물을 공개한다. 금속활자 검색 ‘미디어 월’에서 금속활자를 확대하여 활자의 형태와 글씨체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조선 전기에 시간을 측정하기 위해 제작된 자격루와 일성정시의의 부품을 전시한다. 과학유물에 대한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작동 원리 설명 영상을 함께 상영한다. 또한 철저한 고증을 거쳐 자격루의 주전과 일성정시의 1:1 실물을 복원했다.
전시의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작가들과 협업 작품도 소개한다. 종로와 그 뒷골목의 역동적인 변화를 미디어 아트로 재해석한 장 줄리앙 푸스(Jean-Julien Pous) 작가의 영상 <2030-1500>과 을해자로 인쇄한 『능엄경』의 내용을 주제로 한 도예가 김민재의 설치미술 <향낭 香囊>을 감상할 수 있다.
최병구 서울역사박물관장은 “인사도시유적전시관은 500년간 시간을 초월하여 우리에게 돌아온 귀중한 문화유산을 보존하여 선보이는 공간이자, 도시 유적과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노력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전시관이 서울 관광의 필수코스인 인사동길 입구에 위치한 만큼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시관의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이며, 관람료는 무료이다.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월요일, 1월 1일은 휴관이다. 관련 문의는 전화(☎02-724-9710)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