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counter (이경희 작가, 서이갤러리)



참여 작가: 이경희

전시 제목: Encounter

전시 기간: 202062() ~ 614()

 

 

작가노트

 

새를 마주침

 

새들은 돈꾸밈음(turn), 긴 앞꾸밈음(long appoggiatura), 스타카토(staccato)를 표현으로 삼는데 바로 이것들이 새들을 수많은 영혼들로 만들어준다.

 

해 질 녘 홀로 길을 걸을 때면 나지막하게 작은 소리로 노래를 부르곤 했다. 그것은 대개 어떤 노래의 한 소절이거나 혹은 이 노래 저 노래가 섞여버린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반복해서 자꾸 부르다 보면 이상하게도 어두움 속의 두려움은 잊어버리고 만다. 노랫소리가 만드는 투명하고도 동그란 소리의 공을 굴리면서 어둠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반복되는 노랫소리가 만드는 소리의 공, 나는 그것을 열어 조심스레 밖으로 나가본다. 혹은 누군가를 불러 본다. 어둠과 동화된 나는 흩뿌려진 새들의 무리 속에 서 있다. 새들은 식별 불가능한 지대를 만들고 대지의 힘은 새롭게 배치된다. 알지 못하는 힘 속에서 끊임없이 그것은 너무 일찍 도달했거나 혹은 너무 늦게 와버린 시간이다. 혹은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은, 막 지나간 것이거나 막 지나갈 시간이다.

 

지난 여러 해 동안 새를 만나러 다녔다. 겁이 많은 나는 매번 어두운 길, 검은 숲이 두려웠지만 또다시 새를 만나러 나서곤 했다. 새들에겐 언제나 잡히지 않는, 내가 매혹된 자아들이 있다. 그것은 내재하는 어떤 리듬일 수도 질서일 수도 있다. 나와 새들 사이에는 어떤 결연이 있는 것이다.

 

-이경희 


자료제공 : 서이갤러리

이시우 기자
작성 2020.05.26 13:47 수정 2020.05.26 13:50

RSS피드 기사제공처 : 북즐뉴스 / 등록기자: 이시우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동영상 더보기
한연자시니어크리에이터 건강기능식품 케이와이비타민 #마크강 #ai
새의 자유
가을하늘
백범의 길 백범 김구 찬양가 #애국의열단 #애국 #의열단 #독립운동가 ..
바다
광안리 바다의 아침
2025년 8월 18일
정명석을 조종하고 있던 진짜 세력
갈매기와 청소부
즐기는 바다
광안리 야경
2025년 8월 15일
의열투쟁단체 ‘다물단’ 이규준 | 경기도의 독립영웅
불빛으로 물든 바다
흐린 날의 바다
바다, 부산
2025년 8월 14일
동학농민 정신 #애국의열단 #애국 #의열단 #독립운동가 #반민특위 #친일..
전봉준 동학농민혁명 #애국의열단 #애국 #의열단 #독립운동가 #반민특위 ..
#국가보훈부 #이승만 #독립운동가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