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 칼럼] 지리(地理)-천리(天理)-우리(宇理)를 따르리

이태상

 

카오스는 자연의 법칙이고, 질서(의역해서 코스모스)는 인간의 꿈이다. (Chaos was the law of nature; Order was the dream of man.)”

 

이렇게 미국의 역사학자 헨리 애담스(Henry Adams1838-1918)는 그의 자서전 헨리 애담스가 받은 교육(The Education of Henry Adams, 1918)’에서 말했는데 필시(必是) 그의 반어법이었으리라.

 

왜냐하면, 보스턴에서 태어나 하버드대학에서 교육받고 역사를 가르친 그는 이 책의 머리말에서 그가 받은 정식 학교 교육의 결점을 지적하면서 그러한 교육은 쓸데없을 뿐만 아니라 해로운 것이었다고 했으니까 말이다.

 

미국의 소설가 존 취버(John Cheever 1912-1982)는 누가 한 번 왜 글을 쓰느냐고 묻자 내 삶의 의미를 파악하고 그 용도(用途) 쓰임새 쓸모를 발견하기 위해서(The need to write comes from the need to make sense of one’s life and discover one’s usefulness)”라고 대답하더란다.

 

젊은 날 도산(島山) 안창호(安昌浩 1878-1938) 선생이 옥중에서 자기 가족에게 쓴 편지를 읽고 나는 수신제가 치국평천하 (修身齊家 治國平天下)'란 말의 뜻을 되새겨 보았다. 그는 자기가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는 대의명분(大義名分)을 갖고 살아왔지만 한 사람의 남편으로서 또 아빠로서는 실패한 인간 실격자(人間失格者)요 인생낙오자란 자책감과 자괴지심(自愧之心)에서 쓴 글이었다.

 

1534년에 스페인의 성() 이냐시오 로욜라(St. Ignatius Loyola가 창설한 예수회(the Society of Jesus)의 수사(修士) 발타사르 그라시안(Baltasar Gracian 1601-1658)은 그의 세속적인 비망록(The Art of Worldly Wisdom, 1647)’에서 이렇게 말한다.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 제일 잘 속는다. 평범하지 않고 비범한 것들에 대해 많이 알고 있을지는 몰라도 세상살이 일상생활의 필수요건들에 대해서 그는 아는 바 전혀 없다. 고상 숭고한 것에 대해 숙고 명상하느라고 비천 비속한 세상일들로부터 멀리해왔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다 잘 아는 상식 중의 상식조차 모르는 까닭에 세상 사람들은 그를 바보 천치로 본다. 그러니 현인(賢人)도 현실적인 감각이 있어야 한다. 최소한 속거나 조롱당하지 않을 만큼, 그리고 먹고 산다는 것이 인생의 지고(至高)한 목표가 못 된다고 하더라도 무엇보다 먼저 가장 필요한 일이니까. 실질적인 실용성 없는 지식이 무슨 소용 있으랴. 오늘날 참된 진짜 지식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아는 것이다.”

 

옛날 1960년대 서울 약수동에 있는 아파트에 살 때 이 아파트에 관리인 한 분이 있었다. 이 아파트에 2년 남짓 사는 동안 그는 결근 한번 하지 않고 아침 6시부터 밤 9시까지 거의 잠시도 쉬지 않고 복도며 층계를 비로 쓸고 물걸레로 닦았다. 하루는 신혼 초의 새색시가 그 아저씨보고 하던 일 잠시 쉬고 우리 집에 들어와 차 한 잔 드시라고 해도 사양하는 것을 계속 권해 그는 마지 못해 집사람과 얘기를 좀 나눴다고 한다. 그날 저녁 아내한테서 들으니 그 관리인 아저씨는 우리보다 몇 배나 부자라고 했다. 그 당시 천만 원이 넘는 큰 집을 갖고 있고 그 집 일부는 세를 주고 있으며 아들 셋을 다 대학에 보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자수성가한 이 아저씨는 그가 젖먹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일곱 살 때 엄마까지 잃어 시골 이웃집에 얹혀 머슴살이하다가 그의 나이 열여섯에 서울에 올라왔단다. 처음에는 지게를 지고 부지런히 짐을 나르다가 구루마 짐수레를 끌면서 3년 안에 돈 백만 원을 모아 그는 나이 열아홉 살 때 결혼하고 군에 갔다 제대한 후 도배와 미장이 목수 일까지 하면서 헌집을 사 수리해 팔기 시작, 점점 집을 늘려갔다는 것이다.

 

이 아저씨는 글 한 줄 제대로 못 배우고 문학이나 예술, 학문이나 사상에는 무식할는지 몰라도 인생살이 세상살이에서는 그 어떤 학자나 박사보다 더 유식하고 박식하며 대통령이나 장관 보다, 그 어떤 신부나 목사나 스님보다 더 성실하고 진실하게 살아가는 훌륭한 남편, 훌륭한 아빠, 훌륭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나는 했었다.

 

오늘 아침 (2020818일자) 뉴욕타임스에 보도된 기사 하나 간추려 옮겨 보리라.

 

최근 향년(享年) 104세로 타계한 마빈 크리머(Marvin Creamer) 씨 이야기다. 그는 나침반(Compass)도 없이 세계를 항해 일주한 학자로 미국 뉴저지주 글라스보로(Glassboro)에 있는 로완 대학교(Rowan University)에서 여러 해 동안 지리학을 가르쳤다.

 

그는 뉴저지 남단 항구 케이프 메이(Cape May)를 출발해 남아프리카의 케이프타운(Capetown), 오스트레일리아의 시드니(Sydney), 뉴질랜드의 완가라 (Whangara),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 섬(Falkland Island) 등을 경유 36피트 배로 30,000 마일 오디세이 항해를 마치고 1984517513일 만에 케이프 메이로 회항했다.

 

사람들은 나보고 미쳤다며, 출발할 때 내가 살아 돌아오리라고 믿은 사람은 둘밖에 없었다.” 한 사람은 내 아내였고 또 한 사람은 나 자신이었다. “I was considered to be crazy or stupid or just out of itWhen I took off there were only two people who believed I would come back.” One was his wife and the other was himself.

 

그는 나침반은 물론 라디오나 시계도 갖지 않고, 전적으로 낮에는 바람과 파도와 태양, 그리고 밤에는 달과 별을 보고 항해했다고 한다. (guided by nothing more than wind, waves, the sun by day, and the moon and stars by night)

 

구름이 잔뜩 낀 날에는 자신의 위치를 물의 색깔과 온도 그리고 어떤 특정의 새들과 벌레들로 가늠할 수 있었다고 한다. (Under cloud-massed skies, he could divine his location from the color and temperature of the water, the presence of particular birds and insects)

 

옛날에 바다를 항해했던 사람들이 그랬듯이 자신도 목숨을 건 항해에 겁먹지도 불안해하지도 않았다며,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하늘의 별들을 보면서 옛날 뱃사람들이 별만 보고 항해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고 그는 술회한다.

 

, 이제 코스모스바다를 항해한 우주 항해사 코스미안 칼릴 지브란(Kahlil Gibran 1883-1931)이 그의 잠언집 모래와 거품(Sand and Foam, 1926)에서 하는 말 좀 음미해보리라.

 

어제만 해도 나 자신이 삶의 원형(元型) 속에서 리듬도 없이 떨리는 한 점의 티끌이라 생각했었는데,

난 이제 알게 되었어라. 내가 바로 그 삶의 원형이고, 내 안에서 모든 삶이 리듬 있게 움직이는 티끌들이란 것을.

 

It was but yesterday

I thought myself a fragment

quivering without rhythm

in the sphere of life.

 

Now I know that

I am the sphere,

and all life

in rhythmic fragments

moves within me.

 

사람들은 잠 깬 생시에 내게 말하지요.

 

당신과 당신이 살고 있는 세상은 무한한 바다의

무한한 바닷가 모래사장에 있는 모래 한 알이라고.

 

하지만 나는 꿈속에서 그들에게 말하지요.

내가 바로 무한한 바다이고, 모든 세상이

내 바닷가 모래사장의 모래알들일 뿐이라고.

 

They say to me in their awakening,

“You and the world you live in are

but a grain of sand

upon the infinite shore

of an infinite sea.”

 

And in my dream I say to them,

 

“I am the infinite sea,

and all worlds are

but grains of sand

upon my shore.”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전) 코리아타임즈 기자

전) 코리아헤럴드 기자

현) 뉴욕주법원 통역관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8.20 09:48 수정 2020.08.2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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