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성정으로 노래한 시의 산책길
경남 창원에서 활동 중인 손정봉 시인이 창연출판사에서 창연시선 12호로 본인의 두 번째 시집인 『시의 길로 산책』을 펴냈다. 시집은 1부에는 ‘운주사에서’ 외 14편의 시, 2부에는 ‘돌을 밟다’ 외 14편의 시, 3부에는 ‘순천만에서’ 외 18편의 시, 4부에는 ‘길을 묻는 사람들’ 외 19편의 시로 총 69편의 시가 실려 있다.
문학평론가인 임창연 시인은 “손정봉 시인은 시를 쓰는 구도자이다. 그는 시를 쓰는 자세를 ‘별을 녹여 빚은 순결이/ 무너져 내린 저 길/ 맨발로라도 가야 할 저 길’(⸢시의 길로 산책⸥ 부분)이라고 말한다. 여느 아버지가 그렇듯 딸바보이기도 하다. 딸이 부엌에서 그릇 씻는 소리에서 어머니의 기억을 떠올린다. ‘딸아이의 밥그릇을 씻을 땐/ 딸그릇 딸그릇 하는 소리가 난다’ (⸢딸그락⸥ 부분) 딸을 키우는 아버지만이 부를 수 있는 노래이기도 하다. ‘부는 바람에 잉잉대면서도/ 오로지/ 선과 선으로 흘러/ 어두운 세상 밝히는 일’(⸢그들, 전봇대⸥ 부분)은 세상 많은 사람 가운데 흔한 전봇대 같은 평범한 이들이 세상을 밝힌다고 말한다. 그런 그들에게 서 있지만 말고 모두 잠들었을 때 누워서 잠시 쉬라고 말한다. 시인은 성정이 참으로 겸손하고 구도자 같은 마음으로 산다. 자신이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도 찾아서 먼저 하는 사람이다. ‘작은 촛불을 켜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속삭일/ 그런 손님을 기다리네’ (⸢연가⸥ 부분)라고 말하지만, 시인은 들려줄 이야기를 이미 준비하고 있다. 시인의 시집 『시의 길로 산책』을 펼치면 자분자분한 노래를 통기타 반주로 들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손정봉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시라기보다는 지금보다 좀 더 젊었을 때의 감성 넋두리 아닐까 싶다. 온갖 취미를 가진 탓에 제대로 시에 매달려보지도 못하고, 눈물이 많은 타고난 성정으로 부른 노래들인지도 모르겠고..., 살다 보니 홀가분하게 벗어나야 할 때가 되었는데, 오히려 하고 싶은 게 더 생기는 까닭은 무엇일까? 예술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는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어쩌면 이제부터 진정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멋진 작품들이 나올 수 있을 테니까. 일단은 지금까지 주어졌던 나의 삶에 감사드린다. 더불어 옷깃을 스친 인연들께도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손정봉 시인은 꿈은 영화배우였으나 연기보다는 시를 좋아한다. 시 쓰는 것보다는 그림 그리는 걸 더 좋아하고, 그림 그리는 것보다는 기타를 만지는 걸 더 좋아한다. 그러다가 산으로 들로 강으로 떠돌다가 시를 더 쓰고 싶어한다. 이런 것들보다는 좋은 안주에 술 마실 때 제일 행복해한다. 현재 마산가포고등학교 재직 중이다. 시집으로 『너였으면 좋겠다』와 『시의 길로 산책』이 있다.
손정봉 지음 / 창연출판사 펴냄 / 112쪽 / 국판 변형 / 값 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