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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도
다이어트를 한다
충치를 앓는다
감기에 걸린다
글쎄
그럴까?
나무도
사춘기를 앓는다
사랑한다
눈물 흘린다
글쎄
그럴까?
잘 자라주던 나무들이
무언가 불편한 기색에 칭얼거리고 보챈다
단식하고
말도 안하고
슬피 울고 있다
이럴 때
정작 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그럼
나가사끼짬뽕이나 끓여먹을까
그럴까
오늘도 여의도 하늘은 뜨겁게 웅얼거리고
난 그런 얄궂은 기상도에 잠 못 들고 있다
[시작노트]
나무도 다이어트를 할까? 나무도 사춘기가 있을까… 살찐 노간주나무에게 묻는다. 물어볼까. 아내가 날 노려보고 있는 기분 이상한 날, 가슴에 손을 얹고 뛰는 나무맥박 소리를 듣는다. 너는 이상 없는가. 이상 있는가. 대한민국이여 그대는 이상 있는가 없는가?
[시인 류기봉]
199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장현리 포도밭」, 「자주 내리는 비는 소녀 이빨처럼 희다」, 포도시집 「포도 눈물」, 산문집으로 「포도밭 편지」가 있다. 1998년부터 2016년까지 포도밭에서 ‘포도밭예술제’를 개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