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기봉의 생태시 읽기] 나무도

사진=류기석




나무도

 

 

다이어트를 한다

충치를 앓는다

감기에 걸린다

 

글쎄

그럴까?

 

나무도

사춘기를 앓는다

사랑한다

눈물 흘린다

 

글쎄

그럴까?

 

잘 자라주던 나무들이

무언가 불편한 기색에 칭얼거리고 보챈다

 

단식하고

말도 안하고

슬피 울고 있다

 

이럴 때

정작 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그럼

나가사끼짬뽕이나 끓여먹을까

그럴까

오늘도 여의도 하늘은 뜨겁게 웅얼거리고

난 그런 얄궂은 기상도에 잠 못 들고 있다

 

 

[시작노트]  

나무도 다이어트를 할까? 나무도 사춘기가 있을까살찐 노간주나무에게 묻는다. 물어볼까. 아내가 날 노려보고 있는 기분 이상한 날, 가슴에 손을 얹고 뛰는 나무맥박 소리를 듣는다. 너는 이상 없는가. 이상 있는가. 대한민국이여 그대는 이상 있는가 없는가?

 

 

 

[시인  류기봉] 

199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장현리 포도밭, 자주 내리는 비는 소녀 이빨처럼 희다, 포도시집 포도 눈물, 산문집으로 포도밭 편지가 있다. 1998년부터 2016년까지 포도밭에서 포도밭예술제를 개최하였다.

 

 




편집부 기자
작성 2019.01.18 11:16 수정 2019.01.18 11:19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편집부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