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대의 통찰이 현대 창업 전략이 되다
중국 한나라의 역사가 사마천은 『사기』에서 돈을 버는 방식은 자산의 규모에 따라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철학은 단순한 경제조언을 넘어 생존을 위한 행동 원칙이었다. 오늘날 창업 생태계에서도 이 철학은 실행력, 전략, 투자라는 성장 로드맵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자금이 부족한 1인 창업자나 프리랜서들에게는 이 고대의 지혜가 명확한 방향이 된다.
무재작력 – 자본 없는 창업 실천 전략
사마천이 말한 첫 번째 경영 원칙, ‘무재작력(無財作力)’은 "돈이 없을 때는 몸으로 부딪히고 시간을 투자하라"는 철학이다. 이는 단지 육체노동을 강조하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자산이 거의 없는 초기 창업자들이 가진 유일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라는 실용적 조언이다.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자본이 부족할 때는 최소 자원으로 핵심 제품(MVP: Minimum Viable Product)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시장의 반응을 검증하는 전략이 된다.
이 원칙을 실천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국내 피트니스 콘텐츠 플랫폼 ‘오라운드’다. 이 스타트업은 창업자가 헬스장을 운영하며 쌓은 경험과 스마트폰 하나로 찍은 운동 영상에서 출발했다. 초기에는 개발자조차 없었고, 복잡한 앱 없이도 아이디어를 전달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도구인 파워포인트로 프로토타입을 제작했다. 이 파일을 들고 피드백을 받으러 다니며, 실제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여러 차례 구조를 수정했다. 결국 이렇게 탄생한 MVP가 ‘오라운드’의 탄탄한 기반이 되었다.
창업자가 ‘무재작력’을 실천하고자 할 때 스스로 점검해야 할 핵심 항목은 명확하다. 첫째, 지금 내가 가진 ‘비자본 자산’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이는 돈이 아닌 시간, 경험, 인맥, 도구와 같은 자원이다. 둘째,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최소 장비를 활용해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작업을 설계해야 한다. 셋째, 개발 인력이 없어도 가능하도록 파워포인트나 노코드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식도 적극 고려할 만하다. 마지막으로는, 내가 만든 MVP를 검증할 수 있는 작은 테스트 시장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 SNS 팔로워, 또는 기존 고객층이 될 수 있다.
‘무재작력’은 창업의 시작이 두렵고 자금이 없는 이들에게 하나의 확실한 메시지를 전한다. “지금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하고, 작게 시작하되 치열하게 검증하라.” 이 철학은 시대를 넘어, 실행만이 변화를 만든다는 진리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소유투지 – 전략적 사고로 기회를 포착하는 법
사마천의 두 번째 원칙 ‘소유투지(少有鬪智)’는 “조금의 자산이 생기면 머리를 써서 기회를 만들어라”는 뜻이다. 이는 단순히 지식이나 학문적 사고를 뜻하지 않는다. 시장을 읽고 구조를 이해하는 전략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자산이 생겼다면, 이제는 단순히 땀으로 일하는 단계를 넘어, 시장 분석을 통해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독일의 스타트업 ‘스코티파이(Scottyfy)’다. 이 기업은 기술력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정비 시장의 구조적 허점을 정확히 간파했다. 대부분의 카센터는 여전히 전화 예약이나 현장 방문 중심의 비효율적 운영을 이어가고 있었다. 스코티파이는 이 틈을 파고들었다. 별도의 기술 개발 없이도 기존 카센터들의 예약 시스템을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든 것이다. 이처럼 기술이 아니라 구조에 집중한 전략이 스코티파이의 급성장을 이끌었다.
창업자가 ‘소유투지’를 실천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가 뛰어든 시장의 구조와 문제점을 면밀히 파악하는 것이다. 그 안에서 경쟁자들이 놓치고 있는 사용자 경험의 불편함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고객은 왜 지금의 방식에 불편함을 느끼는가? 어떤 과정을 단순화하면 고객이 더 쉽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까?
또한, 단순한 연결만으로도 가치가 창출되는 포인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중개 플랫폼, 정보 정리, 예약 시스템 통합 등 복잡한 기술이 없이도 기존 시스템을 묶어주는 방식은 강력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자산이 제한된 상황에서는 모든 것을 직접 만들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조합하는 선택이 가장 효과적이다.
‘소유투지’는 자산이 늘어난 이후, 어떻게 지혜롭게 활용할지를 묻는다. 그리고 그 답은 대부분 시장을 읽는 눈에 달려 있다. 전략은 돈을 대신할 수 있다. 스코티파이의 사례는 이를 증명한다. 기술이 없어도 통찰이 있다면 충분히 시장에서 승부를 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 이처럼 ‘소유투지’는 작은 자산을 지렛대 삼아 큰 기회를 만드는, 전략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철학이다.
기요쟁시 – 자산을 불리는 투자 타이밍 전략
사마천이 제시한 세 번째 경영 원칙 ‘기요쟁시(旣饒爭時)’는 “자산이 풍족해졌다면, 시기를 잘 보고 투자하라”는 의미다. 이 말은 수익이 발생한 이후에도 단순히 자금을 축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 흐름을 읽고 결정적인 순간에 재투자를 단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오늘날의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바로 이 시점에서 기업의 ‘2막’이 시작된다.
이 원칙을 실천한 대표적인 기업은 국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Tumblbug)’이다. 텀블벅은 처음에는 예술·창작 프로젝트 중심의 후원 플랫폼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일정한 성공을 거둔 후, 그 자산을 단기 수익에 집중하기보다 지속 가능한 창작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재투자를 선택했다. 예컨대 창작자들을 위한 커뮤니티, 후속 제작 지원, 정책 제안 등 플랫폼의 역할을 확장하며 본질적 가치에 집중한 것이다. 이는 단기적인 이익보다 장기적인 플랫폼 가치를 높이는 전략적 선택이었다.
‘기요쟁시’를 실천하고자 하는 창업자라면 먼저 자신의 비즈니스에서 어떤 지점이 ‘유의미한 수익’의 시점인지를 정의해야 한다. 단순히 매출이 났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반복 구매가 발생하거나, 외부 투자자가 관심을 갖는 등 시장 반응이 안정화된 시점이 하나의 신호가 된다.
다음으로는 시장 환경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레이더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업계 동향, 소비자 행동 변화, 정부 정책, 신기술 도입 등 다양한 요소를 포함한다. 변화의 흐름을 민감하게 읽고, 지금이 확장의 적기인지, 관망해야 할 시점인지를 판단하는 역량이 요구된다.
재투자를 어디에 할 것인지도 전략의 핵심이다. 텀블벅처럼 단기 이익보다 생태계 조성이나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는 것은 장기 경쟁력 확보로 이어진다. 사람, 기술, 조직 운영 시스템 등 중장기 가치를 만드는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요쟁시’는 성장을 위한 시기와 방향을 정하는 나침반이다. 이미 이룬 성과를 어떻게 분산, 확장시킬지에 대한 결정은 사업의 다음 10년을 좌우한다. 따라서 이 단계에 진입한 창업자라면 ‘지금 투자해야 할 때인가’, ‘무엇을 위해 투자해야 하는가’를 지속적으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텀블벅은 그렇게 물었고, 생태계를 선택했다. 그 결과 플랫폼의 존재 가치는 한층 더 단단해졌다. 사마천의 말처럼, 자산이 풍족해졌다면 그 자체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다음 기회를 잡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 기요쟁시는 단지 여유 있는 상태가 아니라, 새로운 성장을 위한 가장 예민한 시기임을 기억해야 한다.
사마천 철학 기반 창업 생존 3단계 실천법
사마천이 『사기』에서 제시한 세 가지 돈 버는 원칙—무재작력, 소유투지, 기요쟁시는 단순한 경제적 조언이 아니다. 이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창업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 가능한, 실천적 경영 철학이자 성장 전략의 로드맵이다. 특히 자본이 부족한 1인 창업자, 크리에이터, 프리랜서 등에게 이 철학은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 될 수 있다.
이 로드맵은 단계를 나누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0단계는 자기 인식이다. 지금 내가 가진 유일한 자산은 ‘나 자신’이라는 인식을 기반으로 출발해야 한다. 자본이나 인프라가 없어도 ‘시간, 경험, 관찰력, 실행력’은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자원이다.
1단계는 무재작력이다. 자본이 없다면, 실행이 유일한 무기다. 스마트폰 하나, 메모장 하나로도 MVP를 만들고, 시장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실행력은 돈보다 강력한 자산이며, 움직이는 사람만이 데이터를 얻고 방향을 조정할 수 있다.
2단계는 소유투지다. 일정 수준의 자산이나 경험이 생겼다면, 이제는 머리를 써야 한다. 시장 구조를 분석하고, 사용자의 숨은 불편을 찾아야 한다. 전략은 기술을 이기며, 기회는 구조를 이해하는 자에게 온다. 이 단계에서는 통찰력이 창업자의 무기가 된다.
3단계는 기요쟁시다. 자산이 생기고, 어느 정도 사업이 궤도에 올랐다면,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무작정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흐름을 읽고 전략적으로 재투자할 시점을 포착해야 한다. 기회를 보는 눈이 결국 투자로 연결되며, 이때의 결정이 사업의 다음 10년을 결정짓는다.
사마천의 철학은 고대의 유물이 아니라, 지금도 창업자들의 실제 생존전략으로 기능하고 있다. 단순한 재테크 비법이 아니라, ‘자신의 위치를 명확히 알고, 상황에 맞게 전략을 조정하는 유연성’이 핵심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오늘의 시장은 변동성이 크고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런 시대일수록, 고대의 본질적 지혜는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사마천이 강조한 3단계 경영 전략은, 지금 창업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여전히 살아 있는 안내서다. 시대를 초월한 통찰은 결국, 실천을 통해 진짜 가치가 된다.